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도 띄어쓰기만큼은 계속 빨간 줄이 뜹니다. 철자는 외우면 끝이지만, 띄어쓰기는 같은 글자가 상황에 따라 붙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다”와 “할수있다”가 왜 다른지, “먹어 보다”와 “먹어보다”가 왜 둘 다 맞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을 겁니다.
한글 맞춤법 제2항은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합니다. 원칙은 간단한데, 문제는 “무엇이 하나의 단어인가”를 판단하는 게 매번 다르다는 것입니다.
목차
의존명사, 앞말과 띄어 쓴다
의존명사는 혼자 쓰이지 못하고 앞말에 기대어 쓰이는 명사입니다. 그런데도 독립된 단어로 취급해서 띄어 씁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 할 수 있다 먹을 만큼 먹었다 떠난 지 3년이 지났다 갈 데가 없다
여기서 가장 자주 틀리는 게 “지”입니다. “떠난 지 3년”의 ‘지’는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의존명사라 띄어 쓰지만, “그런지 아닌지 모르겠다”의 ‘-ㄴ지’는 어미의 일부라 붙여 씁니다.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시간이나 경과를 나타내면 띄어 쓰는 의존명사, 막연한 의문이나 추측을 나타내면 붙여 쓰는 어미입니다.

결혼한 지 10년 (경과 → 띄어 씀) 결혼했는지 모르겠다 (추측 → 붙여 씀)
보조용언, 붙여 써도 되는 예외
본용언과 보조용언은 원칙적으로 띄어 씁니다. “먹어 보다”, “읽어 가다”처럼요. 그런데 한글 맞춤법 제47항은 경우에 따라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한다고 규정합니다.

먹어 보다 / 먹어보다 (둘 다 맞음) 읽어 가다 / 읽어가다 (둘 다 맞음) 도와 드리다 / 도와드리다 (둘 다 맞음)
원칙은 띄어쓰기이고, 허용이 붙여쓰기입니다. 어느 쪽을 써도 틀리지 않지만, 한 문서 안에서는 한 가지 방식으로 통일하는 편이 깔끔합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앞말에 조사가 붙으면 반드시 띄어 씁니다.
아는 척을 하다 (○) / 아는 척을하다 (×)
‘척’ 뒤에 조사 ‘을’이 붙었기 때문에, 이 경우엔 붙여쓰기 허용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단위를 나타내는 말, 이때도 띄어쓰기
수를 세는 단위명사는 띄어 씁니다.
사과 한 개, 소 한 마리, 옷 한 벌, 열 살
다만 순서를 나타내거나 아라비아 숫자와 함께 쓸 때는 붙여 쓸 수 있습니다.
제일 과 / 제일과 (둘 다 허용) 2019년 3월 1일 3층, 20세
“몇 개”처럼 정확한 수가 아니라 막연한 수를 나타낼 때도 띄어 씁니다. “몇 년”, “몇 사람”이 그렇습니다.
성명과 호칭의 띄어쓰기
성과 이름은 붙여 쓰고, 호칭이나 관직명은 띄어 씁니다.
김민수 (성+이름, 붙여 씀) 김민수 씨, 김 부장, 김민수 선생님 (호칭·관직은 띄어 씀)
성과 이름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 때는 성 뒤를 띄어 쓸 수도 있습니다.
남궁 민수 (성이 ‘남궁’임을 분명히 하고 싶을 때)
호칭 중에서도 “박사”, “장군”처럼 성명 뒤에 붙어 마치 하나의 단어처럼 굳어진 것들이 있어 헷갈리기 쉽지만, 원칙대로 띄어 쓰는 게 맞습니다.
접두사와 접미사
접두사와 접미사는 하나의 단어를 이루는 요소이므로 항상 붙여 씁니다.
맨손, 헛수고, 개살구 (접두사) 학생들, 회사원, 사랑스럽다 (접미사)
여기서 자주 틀리는 게 “안”과 “못”입니다. 부사 “안”과 “못”은 뒷말과 띄어 쓰지만, 접두사처럼 굳어진 단어의 일부라면 붙여 씁니다.
밥을 안 먹었다 (부사, 띄어 씀) 안되다 — 일이 좋게 이루어지지 않다 (한 단어, 붙여 씀)
“안되다”는 “일이 잘 안 됐다”는 뜻일 때 붙여 쓰는 별도의 단어로 굳어졌습니다. 반면 단순히 “되지 않았다”는 뜻이면 “안 되다”로 띄어 씁니다.
띄어쓰기로 뜻이 달라지는 경우
같은 글자인데 띄어쓰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뜻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규칙보다 뜻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 띄어 쓰면 | 붙여 쓰면 |
|---|---|
| 우리 집 (우리 소유의 집) | — |
| 한 번 (횟수 하나) | 한번 (시도, 기회) |
| 그 동안 (구체적인 그 기간) | 그동안 (지금까지 계속) |
| 이 사이 (구체적인 이 틈) | 이사이 (해당 없음, ‘이 사이’만 표준) |
| 잘 못 하다 (잘 하지 못하다) | 잘못하다 (실수하다) |
“한번”과 “한 번”은 앞선 글에서 다룬 적 있지만, 이 뜻 차이가 띄어쓰기 전체를 관통하는 원리이기도 합니다. 같은 표기가 문법적 기능에 따라 다른 뜻을 갖고, 그 차이가 띄어쓰기로 표시됩니다.
문장부호 앞뒤 띄어쓰기
문장부호도 띄어쓰기 규정의 적용을 받습니다. 종류에 따라 앞뒤 처리가 다릅니다.
마침표, 쉼표, 물음표, 느낌표는 앞말에 붙이고 뒷말과는 띄어 씁니다.
오늘 날씨가 좋다. 산책을 나갔다. 사과, 배, 감을 샀다.
따옴표와 괄호는 안쪽 내용과는 붙이고 바깥과는 띄어 씁니다.
그는 “괜찮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2026년 기준)은 어렵다.
줄표(–)와 물결표(~)는 붙여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문맥에 따라 띄어 쓰기도 합니다.
서울~부산 (붙여 씀, 원칙) 오전 9시 ~ 오후 6시 (숫자와 단위가 길어지면 띄어 쓰기도 함)
문장부호 띄어쓰기는 본문 띄어쓰기보다 상대적으로 규칙이 단순하지만, 워드프로세서의 자동 교정 기능이 임의로 바꿔버리는 경우가 있어 최종 확인이 필요합니다.
실전 예문으로 확인하기
여러 규칙이 한 문장에 같이 나오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김민수 씨는 이곳에 온 지 세 달 만에 아는 사람을 만들었다. 그동안 힘든 일이 있었지만, 도와줄 사람이 없어 혼자 해내야 했다. “잘 안됐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결국 잘 풀렸다.
이 짧은 문단에는 앞서 다룬 규칙이 전부 들어 있습니다. “김민수 씨”는 성명 뒤에 호칭이 붙어 띄어 썼고, “온 지”는 경과를 나타내는 의존명사라 띄어 썼습니다. “세 달”은 단위명사라 띄어 썼고, “그동안”은 ‘지금까지 계속’이라는 뜻이라 붙여 썼습니다. “안됐으면”은 ‘일이 좋게 이루어지지 않았으면’이라는 뜻의 한 단어라 붙여 썼습니다.
규칙을 하나씩 따로 외우기보다, 이렇게 실제 문장 속에서 왜 그렇게 쓰였는지 이유를 확인하는 편이 오래 남습니다. 표기 자체가 헷갈릴 때(되/돼, 안/않 같은 것)는 띄어쓰기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 경우는 되와 돼, 안과 않을 매번 검색하지 않고 구분하는 대입법에서 따로 정리해두었습니다.
확인하는 법
띄어쓰기는 예외가 많아서 규칙을 다 외워도 개별 단어에서 막히는 경우가 생깁니다. 판단이 안 설 때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검색해보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사전에 한 단어로 등재돼 있으면 붙여 쓰고, 그렇지 않으면 띄어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히 “안되다”처럼 붙여 쓴 형태가 사전에 별도 표제어로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붙여 써야 할지 띄어 써야 할지 판단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한글 띄어쓰기 규칙 FAQ
Q1: 띄어쓰기를 틀려도 의미 전달에 문제없지 않나요?
A: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다만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처럼 띄어쓰기에 따라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어, 공식 문서에서는 정확히 지키는 게 안전합니다.
Q2: 보조용언 붙여쓰기 허용은 아무 때나 적용되나요?
A: 아닙니다. 앞말에 조사가 붙거나 앞말이 3음절 이상으로 길어지면 허용되지 않고 반드시 띄어 씁니다.
Q3: 외래어나 전문용어도 같은 규칙을 따르나요?
A: 외래어 표기법은 띄어쓰기보다 표기 자체에 별도 규정이 있습니다. 다만 문장 안에서 조사가 붙거나 의존명사가 이어지는 경우는 동일한 원칙이 적용됩니다.
Q4: “제 3장”과 “제3장” 중 뭐가 맞나요?
A: “제3장”처럼 붙여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접두사 ‘제-‘는 뒷말과 붙여 씁니다. 다만 “제 3장”으로 띄어 써도 규범상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Q5: 회사 문서에서는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하나요?
A: 사내 문서 작성 지침이 있다면 그것을 우선 따르고, 없다면 국립국어원 표준을 기준으로 삼는 게 무난합니다. 다만 한 문서 안에서 붙여쓰기 허용 규정을 적용했다면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6: 띄어쓰기가 자꾸 헷갈리면 어떻게 연습해야 하나요?
A: 규칙을 통째로 외우기보다, 자신이 자주 쓰는 문서에서 반복적으로 틀리는 유형 두세 가지만 먼저 잡는 것을 권합니다. 의존명사와 보조용언 두 가지만 확실히 잡아도 실수의 절반 이상이 줄어듭니다.
Q7: 신문이나 책마다 띄어쓰기가 다른 것 같은데, 뭐가 맞나요?
A: 언론사나 출판사마다 자체 편집 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어 실제로 차이가 납니다. 특히 보조용언 붙여쓰기처럼 허용 규정이 있는 항목에서 매체별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다만 이는 표준과 다른 게 아니라, 허용된 범위 안에서 각자 기준을 정한 것입니다.
Q8 외래어 인명이나 지명도 띄어쓰기 규칙이 있나요?
A: 성과 이름 사이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빌 게이츠”처럼요. 다만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붙여 쓰는 관용이 굳어진 경우도 있어, 확실하지 않으면 표준국어대사전이나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